살아가며 마주하는 다양한 관계, 시간, 경험 후에 남겨진 흔적들을 추적하며 삶에 어떤 모양을 남기고 어느날 힘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한지 지지체에 수용성 안료와 한지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소리 없이 쌓이는 관계와 경험의 흔적들. 다른 무게로 기억하고 사라지는 관계들에 대한 회의감에서 작업을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흘러가듯 흐르는 마음으로 관계에 대한 집착보다는 다음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어떤 일이 끝나고 다음이 시작되는 끄트머리에 서서 작업을 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사라지거나 흩어진 관계와 경험들이 과연 제로‘0’이 될까 생각한다. 비록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 함께하지는 않지만 지나온 모든 것들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며, 얇은 ‘나’라는 존재 위에 다양한 흔적들이 소리 없이 쌓이고 쌓여 단단한 존재가 되어가며, 이 작은 흔적들이 언젠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작업으로 기록하며 흔적들을 바라보고 있다.

"햇빛은 뜨겁고 날은 추운 어느날, 총총 난 걸음들을 따라가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한지 위에 수묵의 느낌과 채색의 느낌을 동시에 표현하도록 하며, 작은 순간들은 찾는 이의 눈에 조그만하게 느껴지도록 색을 연하게 표현한다. 두꺼운 미색장지를 사용하며, 호분과 색을 섞어 채색을 한다. 스케치는 먹선을 이용하여 진행하며, 수묵과 채색의 중간단계로 진행되며, 뚜렷한 외곽선 보다는 대상간의 표현이 스미고 번지는 등의 효과를 이용한다. 한지의 특성상 보풀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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