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마주하는 다양한 관계, 시간, 경험 후에 남겨진 흔적들을 추적하며 삶에 어떤 모양을 남기고 어느날 힘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한지 지지체에 수용성 안료와 한지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소리 없이 쌓이는 관계와 경험의 흔적들. 다른 무게로 기억하고 사라지는 관계들에 대한 회의감에서 작업을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흘러가듯 흐르는 마음으로 관계에 대한 집착보다는 다음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어떤 일이 끝나고 다음이 시작되는 끄트머리에 서서 작업을 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사라지거나 흩어진 관계와 경험들이 과연 제로‘0’이 될까 생각한다. 비록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 함께하지는 않지만 지나온 모든 것들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며, 얇은 ‘나’라는 존재 위에 다양한 흔적들이 소리 없이 쌓이고 쌓여 단단한 존재가 되어가며, 이 작은 흔적들이 언젠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작업으로 기록하며 흔적들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에 기록하고, 배경과 연결되게 그린 얇은 한지를 덧붙여서 지워 표현한다. 숨은 그림 찾기하듯 우리가 함께한 그 날을 찾기를 바라며 작업으로 옮겨내었다. 한지 위에 얇은 한지들이 덧붙여가면서 단단해지고 얇은 한지 뒤에 있는 이미지들이 서로 투영하면서 낯설지만 익숙한 이미지를 숨기듯 드러낸다. 10개 이상의 기록되어야 하지만 눈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대상들을 화면에 숨은그림 찾기하듯 숨겨내는 작업이다. 2합장지라는 두꺼운 한지가 지지체이며, 그 위에 덧붙여지는 사물의 실루엣을 갖은 종이는 얇은 순지를 사용한다. 배경은 여러번의 채색으로 드로잉보다는 두꺼운 채색이 진행되며, 종이 뒤까지 스밀정도로 연한 먹과 색을 쌓아가며 점차 두터운 채색을 얹는다. 화면 앞에 붙는 순지는 얇은 채색으로 진행되며 전통풀을 이용하여 화면에 덧붙여 박락, 갈변 등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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