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ARTIST
느슨한 형상으로 일상을 호명하기
나는 세계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바라봄’에 대한 고민을 일상성이 투영된 회화로 번역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삶에 밀접하게 와닿는 대상들을 드로잉으로 채집하고 캔버스로 옮기는데, 견고한듯 엉성한 윤곽선으로 형상을 빚어내는 행위는 삶과 관계 맺는 대상들을 낯설게 인식하기 위한 조형적 시도다. 신체의 진동과 움직임이 머금은 붓의 궤적들은 이미지에 시간성을 부여하고, 어긋난 윤곽들로 인해 느슨해진 형상은 형상을 완결하지 않은 채 화면에 남겨둔다.
충동적인 붓질과 계산된 붓질 사이에서 빚어진 어긋난 형상,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회화는 일상의 소재를 매개로 그리기의 행위와 감상자의 서사를 연동한다. 작가적 존재가 물질로 드러나는 붓의 궤적과 형상의 어긋남을 서정적인 시선으로 감각 하길 유도하는 것이다. 일상적 소재와 그것을 빚어내는 균열과 어긋남은 주체와 객체 간의 시간을 연결을 지속하도록 이끄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합리성에 기반한 견고한 세계를 느슨하게 풀어헤치고, 화면에서 드러난 균열과 어긋남을 능동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은 서로 다른 ‘너와 나’를 맞닿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를 감각 할 때 주체의 닫힌 계는 열리게 되고, 세계와 관계성은 풍요로워진다. 모든 즐거움은 감각에 의해 외부와 내부의 구별과 관계가 열려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때는 틀렸던 것이 지금은 맞고,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리다. 모든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해와 오해가 순환하는 세계 속, 그 어설픈 형상의 틈 사이에서 우리는 맞닿고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아름다운 방식으로 아름다운 그림은 없다고 생각한다. 불안정하게 유동하는 모든 것을 포용하며 바라본 세계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NOTE
3-4년전 쯔음 12년간 키우던 길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 당시엔 고양이와 감정적으로 매우 가까운 상태에서 고양이를 그리기 싫었다. 그것은 거리감을 두지 못하고 감정/형상에 호소하거나, 사적인 이야기를 과하게 담을 것만 같았다. 내 경험상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는 언제나 바람직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고양이가 죽고나서야 비로소 고양이를 그릴 수 있었다. 지난 <론도>개인전 때에 고양이의 형상을 빌려 내가 추구하는 회화의 속성들을 은유적으로 형상화 하고자 고양이를 몇마리를 그렸고, 그 중 제일 마지막에 그린 고양이이다. 한참 작업이 바뀌었을 격동기 무렵에, 적당한 균형감의 화면을 찾아가는 일은 길고양이에게 손을 뻗는 일과 같다고 느꼈다. 길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자니 도망가 버릴 것만 같고, 모른 채 지나가자니 너무나 만지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조심스럽게 손을 더듬더듬 뻗다가 만지고자 하는 욕구가 과해지는 그 순간 고양이는 허탈하게 도망가버린다. 회화적 제스쳐로 화면을 구성해 나가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 밀도를 올리자니 생경한 느낌이 사라져버리고, 이대로 붓을 멈추자니 그림을 포기해버리는 느낌이다. 이러한 양가적인 상황을 맞닥트릴 때의 느껴지는 긴장감은 즐거운 불편함을 안겨준다. 회화성을 탐구하는 일과 고양이와의 조우를 겹쳐보며 그림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신체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붓질로 고양이의 형상을 구현하였으며, 왼쪽의 화면에 찍힌 붓자국은 마치 고양이의 흥미를 이끄는 벌레처럼 보이고자 했다. 꼬리는 화면 밖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며 화면의 균형감을 유지한다. 고양이의 시선은 관람객과 벌레같은 붓자국을 교차하며 바라본다. 우발적인 붓자국과 계산된 붓질, 색면과 윤곽선이 드러나는 형상은 양가적인 속성들이 서로 엮여져 빚어내는 회화의 화면을 드러낸다.
BIOGRAPHY
개인전
* 2023 론도, 온수공간, 서울
* 2021 싸이버펑크,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 2020 눈부신 브레멘음악대, 인영갤러리, 서울
단체전
2024
* 뒷고기, 갤러리인, 서울
* 미술관에서의 혼돈과 정리, 소현문, 수원
* 내일을 보는 오늘,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
* Deep Dip, 이유진갤러리, 서울
2023
* 꽃밭에는 꽃들이: Flowers, THEO, 서울
* black comedy, 도잉아트, 서울
* 상춘십곡,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
* 극상림, 아트스페이스 신사옥, 서울
2022
* 이세카이오오라,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 Thirsty Enthusiasm, 갤러리BK, 서울
* 서울 상경 작전, 시민청갤러리, 서울
* BAMA2030AGE 특별전, BEXCO, 부산
2021
* No one is here, 도잉아트, 서울
2020
* 의문문, 스페이스 캔, 서울
* SUB\_展,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수상 및 선정
* 2023 춘천 예술촌레지던시2기 입주
* 2022 춘천 예술촌레지던시1기 입주
* BAMA 2030AGE 그랑프리 수상
* 2020 서울시 박물관과 작품 소장